여기 기억을 잃은 채 병원에서 깨어난 한 남자가 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부모가 동반자살 전에 자신을 먼저 죽이려고 했다는 신문기사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가난한 신분뿐.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그에게 동반자살카페 더 헤븐은 계시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다른 네 명의 자살자와 만나 함께 떠난 동반 자살 여행, 그러나 여행은 점차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OECD 국가들 중 자살율이 1위라는 불명예를 앉고 있는 대한민국. 하지만 정해연 작가는 인터넷을 통한 집단자살이라는 소재를 통해 오히려 사람들이 죽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은 오히려 살고 싶다는 욕망과 한끝차이라는 것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동반자살자를 모아 살해하는 쾌락 살인마와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바퀴벌레와 같은 생명력의 주인공이 벌이는 대결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인간들의 욕망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계없이 뻗어나가는 결말에 이르르면, 악의로 가득한 부조리한 세상을 가감없이 그려낸 작가의 현실감에 씁쓸한 쾌감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