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친구들이 둘러앉아, 앞에 초를 하나씩 놓은 채 자신이 아는 괴담을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하나 끝나면, 촛불이 하나 꺼진다. 엄성용 작가가 새롭게 내놓은 『무서운 이야기가 끝나면』은 친구가 바로 옆에서 조근조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상황 설정으로 인해, 무서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친근함을 선사한다. 이야기는 모두 어딘가에서 정말로 있을 법하고, 지나치게 무섭지도 않고(기본적으로 살아남은 화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고 있으므로 적어도 결말에 대한 걱정으로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생각만큼 가볍지도 않은, 여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괴담 옴니버스다.
친구들 하나하나가 늘어놓는 이야기도 술술 잘 읽히고 몰입도가 높지만, 더욱 재미있는 부분은 제목부터가 시리즈의 액자식 구성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13이라는 불길한 숫자, 이야기가 하나 끝날 때마다 초가 하나씩 꺼지는 상황 등이 주는 묘한 으스스함으로 인해, 이 친구들이 어떤 하나의 공통된 무서운 이야기의 등장인물일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바로 그 ‘무서운 이야기가 끝난 후’의 상황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