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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를 넘나드는 한 연인의 애틋한 초상

빈 행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우주 개척이 진행된 먼 미래. 지구에서 모든 걸 잃고 도망쳐 온 ‘케이’와 지구에서 강제 이주를 당한 ‘린’은 범죄자들의 행성에서 만나 의기투합한다. 인구 과잉 문제로 늘 골머리를 앓던 인류연합은 거주 가능한 새 행성을 찾아오기만 한다면 민간인에게도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었고, 이를 사업의 목표로 삼았던 린은 빈털터리였던 케이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이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일해 온 케이는 린에게 전달받은 불확실한 정보로 몇 번이나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녀가 전해준 정보에 따라 행성 탐사를 시도한다. ‘돌로나’는 주변에 온통 암흑 물질이 포진되어 있어 정상적인 착륙 자체가 불가능한 행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이곳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 케이는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소문의 근원지인 해적을 찾아 나서고, 그를 직접 만나 정보를 검증해 보기로 하는데…….

「그저께의 연인」은 지구에서 쫓겨난 케이의 과거와 린과 함께하는 현재가 맞물리며 진행되는 이야기로, 시종일관 ‘꿈’과 ‘기억’이 비중 있는 매개로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방향성에 지속적이고 은근한 스릴이 부여되는데, 이 스릴의 정점은 앞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설정을 살짝 비틀어 보이는 관계의 반전에서 최고조로 빛난다.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트라우마가 있는 케이, 대범하고 소탈했던 첫 만남과 달리 초조하고 차가워지는 모습의 린, 이들의 관계에 얽힌 전사는 애절하고도 가슴 먹먹한 정서를 남긴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계 행성의 주점이나 도박장 같은 묘사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한편, 다양한 생태계의 존재상을 제시하는 세밀한 SF의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