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의 목소리를 내는 그놈’이라는 소재와 편지 형식이라는 전개 스타일의 매칭이 몹시 훌륭한(편지니까, 저절로 누군가의 음성으로 읽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작품은, “과연 당신의 머릿속에서 지금 당신이 눈으로 보고 있는 이 글을 읽어 주고 있는 ‘그놈’은 누구인가”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과연 이 이야기를 호러라고 봐야 할까. 작가의 코멘트에서처럼 이 글은 호러라기에는 미묘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이야기의 기승전결 자체에서 주는 오싹함이 아니라 이후에 독자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키워 나가는 부분에서 오싹함을 준다는 면에서 훌륭한 호러라고 할 만하다. 심지어 편집자는 수십 년간 자타공인 활자 중독으로 살아온 인생에서, 처음으로 머릿속의 ‘그놈’에 대해 자각했다! 시각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특성으로 인해, 작가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글을 읽기 시작한 덕분으로 이 기묘한 편지를 귀여운 여자 아이가 읽어 주는 바람에 읽는 당장의 오싹함은 덜했다는 고백을 해 본다. 다른 분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똑같은 글을 읽는 당신의 귀에는 어떤 목소리가 이 이야기를 읽어 주고 있는가? 지금 이 추천평을 읽고 있는 당신의 귀에는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가? 그것은 지금 당신이 상상하는 가상의 편집자의 목소리일까, 아니면 ‘그놈’일까?
책 읽어 주는 그놈
2018년 6월 2차 편집부 추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