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차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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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세계, 미래를 쟁취하려는 엔지니어들의 담대한 모험

현대 문명이 몰락하고 도시의 생존과 경쟁이 중요해진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라만차의 기사」의 ‘기사’들은 평소에는 화물 운반용으로 쓰이고 유사시에는 무기로 활용되는 거대 로봇을 다루는 기술자다. 라만차의 베테랑 기사 도냐 알라냐와 제자 산초는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누구도 점령하지 못한 풍력발전단지를 쳐들어가는 모험을 계획한다. 철통같은 AI 경비 시스템이 발전단지를 지키고 있기에 만류하는 산초에게 도냐 알라냐는 ‘기사는 항상 더 미래를 봐야 하고, 옛 사람들이 이루었던 것을 되찾을 마음을 품어야 한다’는, 우직하고도 낭만적인 대답을 제시한다. 가슴을 뛰게 하는 감동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2018년 6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시대를 복원하려는 인류의 도전, 그 끝없는 낭만에 대하여

현대 문명이 멸망한 먼 미래에 중세의 기사 계급이 부활한다면? 올해로 열여섯이 된 ‘산초’는 라 만차에서 손꼽히는 기사 ‘도냐 알라나’의 가르침과 보살핌 아래, 작가를 꿈꾸는 소녀 ‘미겔라’와 함께 지내고 있다. 기사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는 산초는 그녀의 부재를 대신해 거대 보행 전차이자 적재용 이동 기구인 ‘로시난테’를 더욱 각별히 돌보는 중이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도냐 알라나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AI가 포진된 위험천만한 풍력발전단지에 함께 쳐들어가자는 무모한 계획을 털어놓고, 심지어 이것이 바로 산초의 기사 시험이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라 만차의 기사」는 문명 발달의 흔적만이 남은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디스토피아 SF다. 폐허가 된 시대의 부름에 맞게 존재 의의와 역할이 완전히 변모한 기사들의 존재는 흥미롭고, 실용적 도구와 무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거대 로봇의 등장은 장르의 풍부한 낭만을 자극하며 서사에 박진감을 더한다. 언젠가 풍차마을로 힘차게 돌진했던 몽상가 돈 키호테의 무모한 도전처럼, 옛 시대를 되찾으려는 향수로 가득한 인류의 모험은 자못 감동적이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 단편 「검은 말을 탄 기사」도 연달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어쩌면 옛 시대는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시대는 영원히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확실히 되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