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여 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의 축제이자 대명절인 춘절. 이날은 과학이 가장 융성했던 요순(堯舜)시대에 만든 가속 열차의 문이 유일하게 열리는 날이다. 산 사람을 잡아먹는 흉포한 괴물 니엔을 비롯한 고대의 손님들이 열차에서 쏟아져 나오던 날, 마침 ‘나’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종착역에 가려 한다. 니엔이 싫어하는 붉은 색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가득한 와중이지만, 킁킁거리던 니엔은 돌연 ‘나’를 낚아채 군중을 경악케 하는데…
태평성세의 대명사로 불리는 중국 요순시대를 기반으로 한 SF적 상상력이 폭주하는 <니엔이 오는 날>은, 세계관과 인물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요순신화의 탁월한 재해석이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미래역사학과 과학마법사들의 존재를 기반으로 이상적 치세를 이룰 수 있었던 요(堯)임금의 시대를 지나 후계자로 순(舜)을 지정하기까지, 익숙한 신화 서사를 세밀한 과학적 설정으로 빈틈없이 채워 넣는다. 성별의 역전 등 공고한 신화의 불변성을 비트는 과감함도 엿보이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의 역사를 위해 오늘의 시간을 조명하는 이야기가 깊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