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어선 전시관에서 나의 기저의식과 관련된 감정이 극단적으로 촉발된다면 어떻게 될까? 삶은 복잡한 상호작용의 연속이기에 이런 경험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체험을 텍스트로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특정 공간을 매개로 죽음에 얽힌 기억과 환각이 마구잡이로 교차하는 순간의 심상을 강렬하게 담아낸 「공포 회관」을 다시 보는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나’의 일상을 고요히 읊조리는 한편, 우연히 마주한 풍경을 기점으로 스스로 통제하던 감정이 요동치고 트라우마가 확장되는 과정을 실험적 구성을 통해 펼쳐내는 구조는 언제 보아도 인상적이다. 희곡 지문의 구성을 차용한 서사 변주는 물론이고 기괴하게 조합된 환상 속 이미지를 펼쳐 보이는 방식은 이 과정을 함께 지나는 독자에게도 공감각의 체험을 선사한다. 「당신이 평창입니다」와는 또 다른 결을 지닌 호러 작품으로, toll 작가 특유의 내밀한 시선과 강렬한 표현 방식이 유감없이 빛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