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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 보이지만 의외로 비정하고 진중한 판타지 모험극

지난번에 추천하면서 스멀스멀 느껴졌던 불안감은 역시나 적중했다. 『용산 던전 탐험기』의 주인공 라시드가 겪는 고행길은 역시나 끝이 없었다. 석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연재된 끝에 완결이 된 이 작품은 소박하게 느껴지는 도입부와는 대조적으로, 전개될수록 본격적인 모험과 용사가 되어 가는 주인공의 성장을 보여 준다. 경험이 일천한 신출내기 모험가가 낯선 도시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던전을 함께 모험하는 동료들을 만나 드래곤이란 존재와 얽히게 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언젠가 거대한 모험이 또다시 시작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막을 내린 용사의 모험극을 읽어 보시라.

2017년 2월 넷째 주 편집부 추천작

사연 있는 초보 용사의 좌충우돌 수난기 보고 가실게요~.

용사, 던전, 모험. 판타지 장르에서는 익숙하다 못해 ‘또?’ 하고 지레 선입견부터 갖게 되는 요소이다. 그러나 이 요소들이 전부 담긴 『용산 던전 탐험기』는 스펙타클한 영웅담과는 거리가 먼, 자못 색다르고 소박한 이야기를 가벼운 필치로 보여 준다.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는 열여섯 살 소년 라시드는 모험의 로망이 있고 무역과 상업이 발달한 도시국가 ‘드라코로스’에 혈혈단신으로 찾아온다. 실력만 있으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풍문을 듣고 왔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는 라시드의 앞에 친절해 보이지만 어딘지 수상쩍은 소녀 마유가 등장한다. 신출내기 모험자를 도와주는 안내자를 자처하는 그녀는 진정한 모험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하필이면 ‘대출’을 권하며 소년을 굴지의 대부업체로 안내한다.

이쯤 되면 일단 드라코로스에 있는 고대유적(던전)이란 어떤 곳인가, 앞으로 어떤 모험이 펼쳐질 것인가 하는 전망은 일찌감치 접어 두게 되고, 곧이어 대출받은 돈으로 특수 금속으로 만들어진 장검과 귀엽지만 쓸모가 의심스러운 던전 내비게이터를 사며 예정된 폭망의 길을 걷는 주인공에 대한 안쓰러움이 벅차오른다.(이는 단문응원 반응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모험자사기극(?)이 펼쳐지는 1장에 이어 2장에서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에 아직은 도입부 느낌이 강하지만, 마치 희비극을 보는 심정으로 앞으로 풀려나갈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꽃길은 기대도 하지 않으니 용사의 앞에 가끔은 순탄한 길이 나타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