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인공위성 수리기사로 일했던 ‘엄마’는 타고난 재능과 성실함에도 회사에서 승진조차 쉽지 않았고, 탐사 팀을 모집 중이던 나사에서는 이력서에서부터 배제되기 일쑤였다. 마침 재정난으로 회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던 시기에 엄마는 ‘나’를 임신했고 출산을 ‘선택’했다. 엄마는 나에게 인공위성 위에서 바라본 지구와 우주의 광활함에 대해 설명해주곤 했고, 언젠가는 지구를 완전히 벗어나 항해하고 싶다는 소망을 자주 비추었다. 그러던 엄마의 몸에서, 언젠가부터 작은 식물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의 초반을 지나는 동안에는 여성 기술자라는 이유로 조직에서 저평가당한 이들의 굴곡을 다룬 ‘히든 피겨스’의 실화가 떠올랐으나 이것만으로는 섣부른 짐작이었다. 또 엄마의 애잔한 인생사에서 반도체 직업병 참사가 직관적으로 연상되기도 하지만, 평생 우주를 그리워했던 갈망으로 밀어붙이며 이야기를 계속 확장시켜 나간다.
두 개의 레이어로 양분된 이야기의 구성이 돋보이는 「달의 너머」는 집념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했던 ‘엄마’의 삶을 복원하는 과정이자, ‘내’가 주체로서 새롭게 소설을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방식에 대해 또 그것을 재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깊은 여운을 남기며, 우주를 매개로 한 상실과 이별을 따스한 감성으로 어루만지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을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