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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아픔을 꿰뚫어 비추는 수작

영화 「뜨거운 녀석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도시 샌드포드에서는 모든 일을 공유하는 친척과 이웃들이 한데 모여 기괴할 정도로 평화를 외친다. 런던과 달리 이런 시골마을에서는 범죄도 일어나지 않고 불행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되었던 「11월의 마지막 경기」 역시 평화롭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유난스러운’ 한 사건을 다룬다.

‘나’는 캄보디아 혼혈인 ‘장’과 절친한 친구다. 축구부 생활을 오래했지만 공부도 운동도 특별할 게 없던 이들의 시간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폭력과 차별로 점철된 악몽의 굴레를 덧씌워 이들의 인생을 순식간에 뒤바꿔놓게 된 한 남자가. 이 작품은 민간신앙과 복수의 테마 등 장르적 밀도가 높은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인생의 어느 시기에 깊이 각인된 내면의 어둠을 되돌아보는 행위 그 자체에 더욱 주목한다. 약자에 대한 처우가 그 사회의 아픔과 문제를 여과 없이 내비치는 것처럼, 지금 우리사회에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 강렬하게 되묻는 가슴 시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