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비혼 독신남녀에게 천문학적인 세금이 부과되는 독신세가 시행된 것도 모자라, 무자녀 가정에 대한 증세 정책이 추가로 집행되며 혼자 사는 것이 죄악이 된 시대. 소득 수준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국가는 징벌적 법안으로 시민들을 통제하고, 양육비 이상의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선택지를 찾아 나선다. 국가가 제시하는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고자 했던 ‘나’는 위장 결혼 업체를 통해 상대 남성 ‘와이’와 처음 만나게 된다.
낮은 출생률로 인한 수치만을 강조하며 주체가 빠진 캠페인과 정책들이 성행하는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이 작품이 제시하는 암울한 미래상을 단순한 상상력의 총체만으로 관망하기란 쉽지 않다. 브릿G에서 만날 수 있는 「감겨진 눈 아래에」가 특이점에 도달한 SF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이었다면, 「가족이 되는 길」은 그보다 더 내밀한 생활의 테두리를 파고들며 특정하기 힘든 개개인의 감정에 집중한다. 성향도 목적도 판이하게 달랐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떠나 주어진 시대의 명제 자체를 묵직하게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