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학년 이과생인 ‘세영’은 즐겨 푸는 수학의 연역적 논리로 인생의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한다. 문제는 이렇다. ‘그 애를 좋아하는데, 그 애도 나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는 것. 세영이가 좋아하는 아이는 같은 반 ‘예은’이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그 애는 늘 빨간 노트를 들고 다닌다. 수학여행에서 장기자랑이 한창이던 와중에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그 애가 무작정 좋아졌고, 마음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학문제를 푸는 방법에 여러 유형이 존재하는 것과는 달리, 쉽사리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는 못 한다. 안 풀리는 수학 문제가 있을 때 ‘아하!’가 찾아올 때까지 묵혀둬야 하는 것처럼, 세영은 짝사랑 문제에서도 그렇게 하기로 한다. 무엇보다 세영에게는 결정적인 죄의식이 남아 있다.
드문 감성이 빛나는 연재작 「짝사랑 문제」는 더딘 호흡으로 전개되는 풋풋한 사랑의 모습들을 담는다. 이들은 쉽사리 재단하지 않고 다만 서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다가서고 물러나기를 반복할 따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진전도 없는 것은 아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사부작거리며 이면지에 메모를 나누거나, 휴대폰이 없는 탓에 집 전화로 아슬아슬한 음성을 교환할 때는 처연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이 폭주하듯 반짝거린다. 게다가 이 작품이 더욱 독특한 감성으로 다가오는 건 온라인 연재의 특성을 아주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주와 본문이 새롭게 조응하고, 각 연재 회차의 마지막에는 노래 가사, 미술 기법, 소설 문구 등 다양한 서술이 자리 잡아 감상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과연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푸는 문제에 진일보한 접근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마음을 고백하는 것보다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데에 더욱 철저한 이들의 반짝거리는 이야기가 부디 더 많이 남아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