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상처

작가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너의 감정이 내게 남긴 상흔을 알 수 있다면

타인에게 준 마음의 상처가 무기가 되어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린 「타인의 상처」는 원고지 24매 분량의 매우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스쳐지나갈 연애가 누군가에게는 치정 살인극에 버금갈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그런 감정의 밀도 차이를 선명하게 전하고 있다. 베스트 추천평을 위해 작품을 다시 읽다가, 문득 처음 이 단편을 접했을 때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에 생각이 미쳤다. 그건 이야기 속의 커플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인데, 각자의 상처의 경중을 떠나서 어쨌든 주인공이 상대의 마음에 어떤 생채기라도 남겼다는 반증이기도 한 셈이다. 사실 누구라도 일방적인 이별 후에, 내가 아픈 만큼 너도 아팠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건 매우 흔한 발상일 것 같은데, 주인공은 훗날 이렇게 짧게라도 반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너도 아프긴 아팠구나, 분명 아주 조금이라도 어딘가. 의도가 들어 있지 않은 복수로 끝나버린 결말보다도 어쩌면 더 위안이 되는 지점이다.

2017년 1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감정의 온도 차에 관한 날카로운 단상

타인의 상처를 경험해 볼 수 있다고 SNS에 입소문이 난 부적을 산 지 하루만에, 채서는 오랫동안 사귀어 온 연인이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만 상대는 잠시 놀랐을 뿐, 실수했다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만을 지어 보인다. 그녀는 뒤따라오지도 않는 그의 태도에 더욱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집에 돌아와 온몸의 수분을 다 쏟아낼 듯 울며 연인과의 추억이 서린 물건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병원이라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내가 다른 이에게 준 상처가 무기로 변해서 나를 도로 찔러온다면? 혹은 나의 아픈 감정이 무서운 칼날이 되어 나를 아프게 한 그 사람을 찌른다면? 연인의 배신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겪은 며칠간의 이야기를 그린 「타인의 상처」는 짧은 분량으로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 강렬한 단편이다. 작가가 과거나 인물, 배경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배재하고 사건에만 집중하기에 짧은 몰입은 더욱 깊게 다가오고, 결말이 주는 여운은 달콤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