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강력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이 사건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가해자를 죽이고 싶겠다, 하는 생각. 최초의 성문법으로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에 등장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은 익히 잘 알려진 문구이지만, 실제로 현실의 형법에서 저지른 죄에 똑같은 무게로 공평한 형벌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에 가히 짜릿한 해법을 제시한 소설이 있다. 살해당한 피해자들이 다시 돌아와서 자신의 가해자를 죽이고 홀연히 사라지는 현상, RVP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종료되었습니다』가 바로 그것이다.
소설의 도입부는 실로 강렬하다. 7년 전 아들 진홍에게 사업 자금을 전달해 주러 오던 길에 강도에게 가방을 뺏기지 않으려다 살해당한 어머니 명숙이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집에 홀연히 나타난 명숙은, 어눌한 말투와 느린 행동을 제외하면 생전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런 어머니와의 만남이 주는 감정이 놀라움인지 그리움인지 공포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명숙이 식칼을 들고 자신의 아들 진홍에게 달려든다. 진홍은 미친 사람처럼 괴력을 발휘하는 어머니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간신히 제압해서 경찰에 넘긴다.
한편 이렇게 살아 돌아온 희생자들인 RV가 소멸되지 않고 남은 경우가 처음이라, 국가정보원에서 명숙의 신원을 확보하고 조사에 들어간다. 그간 RV들이 공격한 상대는 오로지 자신의 가해자들뿐. 그렇다면 진홍은 명숙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만약 진홍이 결백하다면 명숙이 보이는 태도는 무엇이 원인일까? 7년 전 사건의 진실과 RV 현상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 때에, 독자는 작가가 던지는 무거운 질문들과 마주치게 된다. 과연 살인범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심판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