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조그맣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는데…….” 하는 옛날이야기에서 아름다운 공주님을 용이 잡아가서 용사가 구출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그 모든 것을 비틀어 버린 이야기가 있다. 첫 문장을 빼면 시종일관 냉소적인 시각으로 전개되는 이 용사 이야기의 줄거리는 몹시 단순하다. 용이 공주를 납치했다.(왜? 신분 높은 여자의 살은 평민의 그것보다 더 맛있기라도 한가? 하는 질문은 잠시 뒤로 넣어 두자. 이 당연한 명제의 비밀은 이야기의 중반만 지나도 유쾌하게 밝혀지니까.) 어쨌거나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공주의 아비인 왕은 ‘막대한 상금’과 ‘공주와의 결혼’을 조건으로 걸어, 공주를 구해 달라 요청한다.
길 가다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이토록 평범하고 이토록 무난한 줄거리라니! 하지만 작가는 이런 평범한 동화를 결코 범상치 않은 해설로 버무린다. 상식도 절제도 없는 비도덕적인 인물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이토록 사랑스럽고, 이토록 유쾌하고, 이토록 활기차며, 더없이 시니컬한 모험담을 만나 보자. 작가가 날리는 매력적인 냉소는 이야기의 결말까지 단숨에 이어진다. 어쨌거나 이 이야기는 용 잡고 공주 구하는 ‘것 같은’ 이야기이므로, 그것은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