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일상적 분노가 만연한 사회에 대한 신선한 장르적 고찰

정체불명의 사건 사고가 폭주하듯 끝없이 벌어지며 그 이면에 도사린 정체를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잠들면 눈뜬다』를 베스트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초반부 이야기는 언뜻 ‘진상’이나 ‘빌런’으로 통용되는 어떤 인간 군상들을 중심으로 일상적 분노가 만연한 사회를 직관적으로 묘사하는 듯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한 악행을 벌이는 수행자들을 세밀하게 선택하고 조종함으로써 사건을 유발하는 배후가 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며 궁금증을 더한다. 특히나 사건의 무대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을 누리는 대중교통이나 마트, 영화관, 병원 등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작중 수많은 사건들이 더욱 밀접하게 느껴지면서도 아직 그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존재에 대한 장르적 고찰은 각종 심리학 이론이나 여러 용어들과 결부되며 신선함을 선사한다. 집요한 악의 배후, 그리고 그 존재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무영, 아버지를 잃고 프로파일러가 된 예령 등 각자의 목적이 뚜렷한 이들의 각축전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2023년 9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폭발하는 사건의 배후에 도사린 것들

구급차 운전 경력 10년 동안 상식을 초월하는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인내심과 체념이 도가 튼 수정은 남편 무영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나타난 세단 차량 운전자의 보복 운전으로 큰 사고를 당한다. 3년 전의 이 사고로 인해 수정은 간헐적 폭발성 장애를 진단받고 무영은 자동차의 핸들조차 잡지 못하게 되는 운전 공포증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집 앞 공간을 가로막는 악의적 불법주차와 배설물 사건, 일방통행로에서 목격한 억울한 사고와 목숨을 담보로 한 로드 레이지까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일들이 그들의 일상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 『몸』, 『마녀의 소녀』 등을 발표하며 호러를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여 온 김종일 작가의 신작 『잠들면 눈뜬다』는 일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연히 마주친 운전자와의 로드 레이지(Road Rage, 도로에서 벌어지는 운전자의 난폭·보복 행위)로 인해 인생의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 시작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트라우마 반응이 초현실적 현상으로 구체화되면서 현실 스릴러를 뛰어넘는 장르적 암시가 새롭게 덧입혀진다. 뿐만 아니라 이상동기 범죄자들에 대한 병리적 진단에 더해, 소위 ‘정의구현’이나 ‘참교육’ 등의 언어로 포장된 사적 제재가 성행하는 사회적 진단까지 반영한다. 한 회차 한 회차마다 폭주하듯 펼쳐지는 사건과, 그 배후의 실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의 스릴과 섬뜩함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실시간 연재의 묘미를 한껏 느껴 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