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를 위한 특별 공급 주택 청약에 당첨돼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지훈과 채영 부부. 채영은 그들의 거주 환경을 둘러싼 4세대 주거용 인공지능을 ‘포포’라고 부르며 새로 입주한 집에 깊은 소속감을 느낀다. 관리인을 너무 저자세로 대하지도 않고, 자신의 호불호를 표현하기도 하며, 어딘가 살짝 까칠한 말투까지……, 아이러니하게도 포포의 이러한 비(非)인공지능스러운 면이 채영에게는 오히려 호감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이들 부부의 오랜 공통 취미인 게임에 포포를 활용해 셋이 플레이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만족이 큰 상태였다. 정부에서 ‘그 정책’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무성한 사랑」은 주거용 인공지능을 활용해 부부의 성적 성실 의무를 확인하는 ‘신혼부부 인증 제도’라는 파격적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신혼부부 거짓 청약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가가 부부의 성적 성실 의무를 확인한다는 충격적인 발상은, 마치 예전에 개인들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처벌했던 간통죄마저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작품 내에서도 국가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대다수의 신혼부부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법한 상황이라고 받아들여진다.
작가의 전작 「성애에 대하여」에서도 장르적 문법을 활용해 무성애의 존재를 드러내고 구체화했던 것처럼, 「무성한 사랑」 역시 성적 지향의 다양성에 대한 주제의식을 장르적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무성애라는 범주에 대한 담론이 생기면서 그 카테고리에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듯, 언어는 존재의 실존을 구체화하는 강력한 도구인 것처럼 느껴진다. 교조적이지 않고,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욕망과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을 깊이 조명하는 「무성한 사랑」은 작품 너머에 있는 현실의 존재들을 기꺼이 떠올리게 만든다.
※ 본작은 제9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