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연구자 아드리앵 모르벨은 13세기 중반쯤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라틴어 연대기 필사본 스캔 자료에서 낯선 지명을 발견한다. 이미 세 차례나 정독해 익숙한 자료였지만 ‘Lethar’라는 지역 이름은 그간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었기에, 미확인 지명에 대한 주석을 추가한 뒤 이에 대해 탐색해 나가기 시작한다. 연구 주제와 밀접했기 때문에 빠삭하게 안다고 자부했던 자신의 정보망에 없던 그 이름이 수로(水路)였다는 정보를 맞닥뜨린 후, 아드리앵은 같은 필사본 자료에서 금기가 기록된 낯선 문장을 또 새롭게 발견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존재의 근거를 찾을 수 없었던 것들이 새삼스레 드러나며 혼란스러워진 아드리앵은 그 기록의 정체에 점차 접근하기 시작하는데…….
「Lethar」는 중세 시대에 쓰인 익명의 필사본 자료가 현대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흥미롭고도 오싹하게 담아내는 작품이다. 숱하게 접했던 익숙한 문헌에서 발견한 낯선 문구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모종의 실험을 해 나가는 연구자에게 들이닥치는 으스스한 변화를 추적한다. 이 분야(?) 금기서의 대표적인 상징인 ‘네크로노미콘’처럼 책을 읽는 순간 저주가 시작된다는 익숙한 장르적 규칙을 활용하면서도, 미지의 텍스트를 관찰하고 자신의 현실에서 연구해 나가던 주체의 주도성이 완전히 역전되는 공포를 추적하는 과정의 구체성과 스릴은 퍽 신선하다. 또 작중 인물이 언급했듯 ‘Lethar’라는 미지의 지명이 그리스 신화 속 망각의 강인 ‘레테’를 명료하게 연상시키는 것 역시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더없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