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그의 세 번째 아내를 방문하게 된 주인공. 그를 맞이하는 것은 진짜와 거의 흡사한 고양이 로봇과, 그를 기르고 있는 냉소적이고도 공격적인 그의 새엄마, 헤이사다. 막대한 부자에다가 온갖 생명 연장 시술을 받아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멋대로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와 홀로 섬에 은거하여 세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기계신경망 연구원인 헤이사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의 대결은 단순히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류는 노쇠했다. 본문에 나오는 대로, ‘소수에 의한 자원초독점, 동족학살, 전쟁, 땅의 파괴를 일삼았’기 때문이며, 소설은 이 주범으로 자멜과 같은 사람들을 꼽는다. 이에 대적해 혼자 사는 키르케로 남기로 한 헤이사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은,이러한 영혼적 노쇠에서 탈피한 새로운 인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어쩌면 완벽한 평등을 구가하며 모든 이들의 존재함을 존재함 자체로 존중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주인공이 염려했던 것처럼 한쪽 성별에게 자원을 편향적으로 배분하여 남자도 여자도 끝없는 욕망의 팽창과 그로 인한 파괴를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인류가 걸어온 파괴적인 궤적을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그것을 시도해 보아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헤이사가 그렇게 하기 위해 내린 선택들은, 과연 독자의 이해와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