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분열증

  • 장르: 호러, SF
  • 평점×20 | 분량: 70매
  • 소개: 이게 다 미친 여자의 헛소리라고 생각하시나요? 더보기
작가

2026년 5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사랑은 죽어 버렸더라도 무겁고 씁쓸한 현실을 살아가야만 한다

한 젊은 부부가 출산을 앞두고 시골집으로 이사를 온다. 일주일에 세 번씩 시내로 일을 나가는 남편과 달리 집에서 육아를 전담하는 아내는 마음을 나눌 상대도 없는 환경 속에서 고립된 채 우울감에 잠식되다 점차 미쳐 간다. 지난 3월에 개봉한 영화 「다이 마이 러브」의 이야기다. 린 램지 감독은 이 영화가 ‘산후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지만, 아무튼 촬영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이로 인해 산후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는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불친절한 서사와 파괴적인 결말로 호불호가 갈린 관객평과는 별개로, ‘인생 최고의 연기’라는 평을 들으며 엄청난 연기를 선보였다.

현실감 넘치는 스릴러를 능숙하게 뽑아내는 용복 작가의 단편 「시간분열증」 역시 아이를 출산한 이후 깊은 우울감을 겪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산후 우울증의 요인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출산 후의 급격한 신체 건강 변화, 육아에 대한 중압감,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독박 육아 환경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이 마이 러브」의 그레이스와 「시간분열증」 속 주인공의 공통점 역시 그러한데, 두 사람 모두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남편과는 정신적·육체적으로 멀어지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오롯이 육아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 아이를 갖고 함께 가정을 꾸리자고 결심하게 만들었던 둘의 사랑은 어느 새 죽어 버린 것일까? 하지만 남편이 외면해도, 아이가 있는 이상 아내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모성애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날 때부터 아기를 사랑하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 모성애가 본능이라고 생각되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모성애나 부성애가 학습된다는 개념이 주류를 이룬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도 하나의 인간관계라고 볼 때,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는 쪽보다는 점차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빠진다는 쪽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분열증」 속 은솔이 엄마는 남편의 그린듯한 냉대 속에서 도무지 자신의 아이를 사랑할 구석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런 자신을 냉담하게 분석하는 그녀의 시선은 육아를 해 본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쯤은 겪거나 공감해 보았을 고통스러운 순간들의 집약이다. 이토록 현실적인 이야기를 ‘시간 분열’이라는 SF적 소재와 부드럽게 엮어 소름 끼치는 반전 스릴러로 만들어 낸 작가의 감각이 놀랍다.

모든 어머니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며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판적으로 보지야 않겠지만, 실제로 10명 중 7명에 가까운 산모가 산후조리 중 일시적인 우울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산후 우울증은 엄마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 아빠에게도 나타나는데, 아빠들이 겪는 산후 우울증은 출산 1년 후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으로 서서히 나타난다고. 부모가 되는 것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려주는 통계이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