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을 체험시켜 드립니다.

2026년 4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저기요, 정말로 제가 그렇게 죽을죄를 지었습니까?

한 남자가 죽어라 골목길을 달려 달아나는 중이다. 지금 그의 뒤에는 미안하지만 죽어 달라고 말한 뒤 다짜고짜 칼을 꺼내든 어떤 남자가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다. 몹시 긴박한 상황에서도 사실 이 장면은 그렇게 심장이 쫄깃할 정도로 무섭지는 않다. 예비(?) 살인마와의 일을 되짚는 예비(?) 피해자의 회상이 가볍고 경쾌한 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마의 정체는 남자의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한 적이 있는 작가로, 아마도 1인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예전에 이 작가가 쓴 연쇄살인마 소재 소설을 거절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토록 앙심을 품을 만한 일이란 말인가? 한 달 만에 출판사를 다시 찾아와 칼을 들고 편집자를 죽어라 쫓아올 정도로?

어쩌면 이 작가란 인간이 쓴 연쇄살인마의 이야기가 자신의 회고록이 아닌가 하고 우리는 슬슬 의심해 볼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작품 속 소설이 반려된 이유가 “소설 속에 범인의 심리만 나오고 피해자들의 심리는 그려지지 않았다”였으므로 더더욱 그럴듯한 추정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뻔한 흐름을 타지 않는다. 마침내 편집자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칼 든 남자와 편집자가 서로 뒹구는 순간 이어지는 결말의 반전은 정말 짜릿할 정도로 재미있다. 작품은 짧지만, 우리는 이 작품 속에서 희노애락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

오, 다만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일단 출판사에는 양복을 입은 편집자란 존재하지 않는다.(신입사원 시절 어머니는 내 출근 복장에 그게 회사 가는 옷이냐며 매일 잔소리를 하셨는데, 어느 날 점심을 같이하러 회사 근처에 오셨다가 건물에서 나오는 선배들의 다양하고 개성적인 옷차림을 보신 후 다시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요즘은 아무도 종이 원고로는 투고를 하지 않는다. 종이 원고(특히 원고지)는 아마도 황금가지 편집장님의 직함이 대리나 과장이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유물……. 물론 우리는 여전히 빨간펜으로 교정을 보고 있다. 소설에 죽는 사람의 심리가 꼭 그려질 필요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추천작 회의에서 화두에 올랐을 때 편집장님의 PTSD를 자극할 뻔했다는 걸 아실는지? 여러분 생각보다 세상에는 무서운 일이 실제로 많이 일어납니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