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누군가를 마주하고 있는 노인이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방이 되던 해에 태어나 해방둥이로 불렸던 세대인 그는 못 먹고 가난해 고생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던 중, 동네에 갑자기 발생한 기이한 죽음에 얽힌 일화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전쟁이 끝난 직후 이념의 광풍이 한반도를 휩쓸던 시기였기에, 얼굴이 뭉개진 채로 기이하게 죽어 나가는 사람들의 배후로 지목되는 것은 그 시절 동네에서 가장 천하게 여겨지던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어릴 적 노인과 절친하게 지냈던 백정 아저씨가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한 뒤에도 기이한 죽음은 계속되었고, 얼마 후 나는 우물에서 나오는 어떤 존재를 목격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그 실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음에도 창작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탐구되는 우물이라는 존재는 세대를 막론하고 끝없는 공포를 자극하는 대상인 듯하다. 빠지면 쉽게 올라올 수 없는 공간 자체의 폐쇄성, 억울하게 빠져 죽은 원념의 집약체 등 미지의 공간이 선사하는 호기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직조해 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의 회고로 전개되는 소설은 그 특유의 말맛 때문인지 목전에서 무서운 옛이야기를 청해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는 상대의 정체는 한 존재가 결코 벗어나거나 도망칠 수 없는 근원적 공포를 생생하게 타격한다.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