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 수환은 약혼녀였던 하정을 버린 결과 천벌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수환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안 하정은 자취를 감춰 결혼식 당일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그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새 삶을 살아가며 십 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전혀 소식이 없었다. 그러나 생사를 알 수 없던 그녀의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대학 동창에게서 전해 듣고 수환은 동요한다. 더구나 비교적 최근에 찍힌 사진 속 하정의 모습은 20대 초반처럼 생생했다.
「죽음의 신부」는 죽음에 임박하고서야 옛 연인의 행적을 찾아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이다. 잔잔하면서도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가운데, 비밀스러운 여성의 실종에 얽힌 전말에 대해 서서히 접근하면서 느끼게 되는 몰입감이 상당하며 작중 그려지는 부조리한 인간 심리상 역시 인상적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가의 대표작 선암여고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을 만나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