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바다였으나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는 만년설에 뒤덮인 산의 새하얀 자작나무 숲. 남쪽에서 온 사람들은 숲에서 떨어져 나와 인간의 형상으로 자란 나무인 ‘나’를 발견하고는 기적, 우상, 신으로 여기고 자신들의 마을과 이 자리를 오가기 시작한다. 경이감에 찬 이들이 매일같이 내게 소원과 욕망을 낱낱이 털어놓지만, 60년 전의 만남 이후 수많은 방문객을 경험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좀 다른 인간들이 찾아온다.
어쩐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 인간과 닮은 형상을 띤 자연물을 보면 약간의 경이감과 친근함을 느끼곤 한다. 인간과 꼭 닮은 나무를 발견한 작중의 사람들도 그런 심정으로 화자에게 계속 말을 걸게 되는 게 아닐까. 한곳에 뿌리를 내린 채 오랜 세월을 버텨야 하는 나무라는 관찰자를 화자로 두었기에 정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던 이야기는, 그런데 웬걸, 점차 밑에서부터 약동하며 지금까지 봐 왔던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듯 놀라운 반전을 보인다. 서늘한 뒷맛을 남기는 화자의 정체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