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차 편집부 추천작

기억의 판매와 소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을 흥미롭게 풀어낸 SF 단편

감성이 풍부하여 똑같은 일상에도 매번 감동하는 송연경은 오늘도 단골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라 기억을 판매한다. 자신의 가게에만 기억을 판매하면 머리카락을 더 높은 가격에 사겠다는 미용사의 말에 그녀는 계약서의 내용이 영구기억으로 저장되도록 머리카락 끝에 보존 기름을 바른다. 매일 영구적으로 보존된 기억에 따라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는 그녀는 미용실을 나와 오늘도 꼬치로 저녁을 대신하고 언덕배기에 있는 공원에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기억으로 저장한다. 그런데 기억에는 없지만 자신을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장발의 수상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는데…

머리카락에 기억이 보존되고 그것을 판매하여 돈으로 환산하는 세계관이 매력적인 SF 단편 「단발」은 짧은 이야기를 통해 마치 머리카락을 구매하여 타인의 기억을 간접 체험한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머리카락을 판매함으로써 소소한 일상의 기억은 끊임없이 소실되고 영구기억에 보존된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송연경의 삶은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 타임리프를 연상시키는 결말은 도입부로 다시 귀결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