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요양원 304호에서 돌아가신 후, 그 후유증으로 가위에 시달리던 ‘나’는 마침 봉사활동으로 학점을 채워야 하는 사정까지 생겨 요양원 봉사에 나선다. ‘친손주처럼’ 어르신들을 대하라는 지침이 있었고, 나는 어렵지 않게 8층 어르신들의 사랑을 차지한다. 그러나 7층에 간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뀐다. 비품실을 제외한 모든 방이 잠겨 있는 7층에서 유일하게 열려 있는 방은 304호, 나의 친할머니가 사망하신 곳. ‘배 안 고파, 눕고 싶어.’라고 칭얼이시는 할머니를 마주한 순간, 나의 일상은 다시금 기이로 빠져든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도플갱어를 만난다면 반가울까, 두려울까. 생전 못해 드렸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느껴질까, 아니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게 될까. 7층의 304호는 분명히 ‘나’에게만 열린 공간이다. 나의 반가움도, 죄책감도, 모두 그 안에 있다. 괴담이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쓸쓸하고, 괴이하다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까닭은 연로하고 연약한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기 때문일 테다. 모두 마음의 304호에 한 번쯤 들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