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항해하는 함선에서 눈을 뜬 남자는 주변의 모든 상황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조차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 활성화된 우주선의 AI는 그가 이 우주선의 함장으로서 한국 항성계로 이동하고 있었다는 것과 이전의 데이터가 대부분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온다. 자신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지성체가 확인되는 가장 가까운 항성계를 찾아 이동한 남자는 도착한 행성에서 포로로 붙잡혀 죄수로 전락하는데, 그곳에서도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남자를 감시하기 위해 붙여진 군인의 권유로 방문한 정보상에서 뜻밖에 그의 함선에 기록된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하고, 이와 관련된 유적을 탐사하는 여정에 오르게 되는데…….
「나의 결정론에 대하여」는 기억을 잃은 함장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낯선 항성계의 유적을 탐사하는 과정을 다룬 SF 모험담이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그 과정을 파헤친다는 스토리 구조 자체도 익숙한 데다 선형적으로 배치된 캐릭터들, 다소 개연성 없이 나열되는 사건 등이 아쉽긴 하지만, 존재에 얽힌 진실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거듭되는 반전만큼은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다. 설득력은 부족할지언정 파멸의 끝에 서 있는 작은 희망과 시스템보다 희생된 개인에 주목하는 미시적 감수성은 지금 이 시대에도 필요한 덕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라는 존재의 실체를 깨닫고, 지난 과거를 톺아 보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이냐 하는 주인공의 물음과 여정은, 존재를 탐구하는 인간의 숙명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