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업자인 ‘나’는 거물 정치인 암살 의뢰를 마친 후 조직원인 K의 소개를 받고 재개발 구역에 있는 ‘화성 아파트’에서 한 달간 몸을 숨기기로 한다. 주민들이 퇴거한 지 1년이 넘은 텅 빈 아파트라서 조용히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의 장소였지만, 알고 보니 그곳은 은둔자가 되기에는 약간 시끄러운 곳이었다.
사실 ‘은둔자(들)’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눈치를 챈 독자들이 제법 있겠지만, 아파트에는 주인공인 청부살인업자 외에도 또 다른 은둔자가 존재한다. 황폐하고 버려진 공간적 배경은 주인공을 비롯한 뒷세계 조직원, 재개발 지역의 주민 등의 인간 군상과 잘 어우러져 밑바닥 세계의 희망 없고 고독한 분위기를 유감 없이 조성해 낸다. 어느 정도 다음 내용과 결말이 예측 가능한 전개를 보여 주기는 하지만, 이야기 초반부터 결말까지 탁월하게 긴장감을 유지하고 고조시키는 점이 매력적인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