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영이 성장한 곳이었으나 이제는 가끔 휴가 때나 찾아가는 별장처럼 쓰이고 있는 낡은 파란 지붕 집. 그런데 초등학교 동창 혜정이 이십 년 만에 연락해서는 비용을 댈 테니 자기가 그 집에서 잠시 머물러도 되는지 묻는다. 관리가 안 된 지 오래인 데다, 장기간 연락 한 번 없어 친구라고 부르기도 힘든 이에게 집을 빌려주는 게 꺼려졌던 아영은 에둘러 거절한다. 그런데 이후 답신도 없던 혜정이 돌연 얘기를 하자며 아영이 근무하는 회사로 찾아온다. 부푼 배를 감싼 채로.
단편 「배꼽 씨앗」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무의 씨앗을 몸에 품은 여자의 이야기가 으스스하게 펼쳐진다. 차마 남에게는 얘기하지 못할 비밀을 동창이 화자에게 도움을 청한 건 과거의 경험을 통해 ‘유일하게 비밀을 지킬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데, 그 구체적인 사연도, 식물체를 준 이가 누구인지도 모호하다. 그러나 시종일관 감도는 긴장감과 기묘한 분위기가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며, 변해 가는 동창을 두고 보지 못한 화자가 마침내 내리는 어떤 결단이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