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대규모 지진으로 화학 오염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분해되지 않은 독성물질이 수증기에 흡착된 탓에 정화된 산소를 별도로 공급받아야 하는 근미래. 재난 이후 산소 수급권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권리가 되었지만 지속적인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산소세’를 납부해야만 한다는 것이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현실이다. 거동이 시원치 않은 신영은 산소 사용 중단을 권장받는 집단에 속한 노년으로, ‘죽어야 할 이유보다 살아야 할 이유가 희박하고 희소’한 상태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가정용 산소를 공급하는 민영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산소 공급 중단을 요청한다. 그리고 산소세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무료 서비스인 안락사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는데, 오랜 인연을 쌓아 온 제자 다연을 통해 해당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거북한 소문을 듣고 추적에 나선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필립 로스의 소설 속 이 문장처럼, 디스토피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생의 완성을 위하여」는 노년의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그 현실의 고통과 암울함이 배가되어 다가오는 작품이다. 노인을 사회적 자원을 소모하는 존재로 취급하며 은근히 죽음의 경계로 떠민다는 점에서 75세 이상 노인에게 국가가 죽음을 지원한다는 설정의 영화 「플랜75」도 떠올랐지만, 이 작품은 관계와 연대의 지속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춘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지라도 실재적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런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과 따스함이 단단한 위로로 남는 이야기이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