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던 어느 여름날에 이변이 발생한다. 미국이 개발 중이던 신무기가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속보가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상물질이 섞인 장맛비를 맞은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공격적으로 변해 버리고, 생존자들은 집 안에 갇힌 채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린다. 잠시 비가 멎은 사이, 홀로 버티고 있던 대학생 정필의 집에 선화라는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며 찾아온다. 정필은 군인인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현재 치료제가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생필품이 바닥날 지경이 되자 우비를 단단히 갖추어 입고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곤란에 처한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면서, 선화에게 어떤 비밀이 있다는 걸 서서히 깨닫는다.
제3회 ZA 문학상 우수작인 「장마」는 비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공격적으로 변하고 말았지만 물을 두려워다는 독특한 설정의 좀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장마가 좀비 사태를 초래하였는데도, 정작 살아남은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동안에만 생존을 위해 바깥으로 나가야만 한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간의 내면을 낱낱이 드러내는 좀비 소설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