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 모르가나, 알거나 모르거나

  • 장르: SF | 태그: #PSFF #사이언스플래시픽션 #지구
  • 분량: 33매
  • 소개: 어느 날 갑자기 인류는 하늘에 뜬 거대한 별을 목격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었다. 월간 사이언스 플래시 픽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편. 더보기

2017년 8월 1차 편집부 추천작

탁월한 발상과 미래 비전이 빛나는 SF

한 영국인 커플이 등산 도중 촬영한 영상 하나가 유투브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다. 그들이 목격한 것은 ‘파타 모르가나’로, 빛의 반사로 인해 특정 지역의 풍경이나 건물 등이 수평선이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들이 본 것은 특정 지을 수 있는 풍경이나 인공물이 아니라 하늘 가득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구체, 지구 그 자체였던 것이다.

지구와 똑같이 생긴 천체가 달보다 가까운 거리에 갑작스레 등장하자, 인류는 이 현상에 대해 빠르게 연구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NASA에서는 쌍둥이 지구에 대해 실재하는 천체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은 생생하게 육안으로 쌍둥이 지구를 목격하고 있었고 그 압도적인 광경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심장이 뛰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파타 모르가나 신드롬>까지 나타났지만, 정작 그 실체는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다.

인류의 삶에 그 어떤 물리적인 영향도 끼치지 않는 또 다른 지구의 존재가 나타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하늘에서 파타 모르가나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소위 ‘파타 모르가나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이전 지구인과 다른 특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데….

언뜻 재미있는 대칭으로 읽히는 「파타 모르가나, 알거나 모르거나」라는 이 제목은 작품을 관통하는 설정과 미래 비전까지, 실로 많은 것을 함의한다. 흡사 이미지 레이어처럼 지구에 겹쳐진 또 다른 지구의 존재를 파타 모르가나 현상으로 유추하는 설정도 놀랍고 재미있지만, 그 너머의 세계로 나아가는 확장된 상상력은 보다 광활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가 직접 작업한 이미지 또한 시각적 가이드를 제시하며 보다 흥미롭게 작품을 읽는 데 일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