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운전하는 노인이 있다. 매일 똑같은 정류장을 몇 번이고 왕복해야 하는 고된 운전 중에도 그에겐 한 가지 낙이 있다. 항시 일곱 번째 정류장에서 하차하는 한 여성 승객 때문이다. 말 한번 제대로 건네보지 못했지만 늘 지쳐보이는 그녀에게 힘이 되고 싶다. 순수한 마음, 선의였다. 그것을 그녀도 알았는지, 어느 날 종점에서 졸던 그녀를 깨운 것을 기회로 버스기사와 여성 승객은 서로를 알아간다.
까지가 버스기사의 시점이다. 그렇다면 여성 승객의 관점에선 어떨까? 박지혁 작가는 「일곱 번째 정류장」에서 하나의 살인사건을 각기 버스기사, 치과 의사, 형사 세 명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쪽만의 이야기로는 전체 사건의 정황이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모든 사건의 비밀이 풀리는 구조이다.
저자의 두 번째 작품 「두 명의 목격자」 역시, 택시 사고 현장에 대하여 ‘휴대폰’과 ‘택시 미터기’가 번갈아 가며 진술을 함으로써 기막힌 반전을 드러내는 기법을 사용했다. 세 등장인물의 시점을 따라가며 인간 내면의 숨겨진 악의와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을 보는 재미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