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바바 야가에게 주술을 전수받은 계승자이자 고리타분한 업계(?)에서 성별 이분법을 넘나들며 활약해 온 최초의 트랜스젠더 ‘맥코이 리’는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주술사로 불린다. 미국 슬럼가의 낡은 아파트에서 지내는 맥코이는 어느 날 자신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존재로부터 황당한 선언을 듣는다. 영국 왕실의 먼 친척이자 귀족 공작가의 후계자 ‘윈프레드 웨일 윈저’의 껍데기를 쓰고 현신한 신(神)이, 세상을 멸망시켜도 되는지 그에게 확인하러 왔다는 것이다. 세계 멸망이라는 희대의 지엄한 문제를 놓고 왜 하필 자신에게 왔냐는 맥코이의 질문에, 윈저는 당연하다는 듯 맥코이의 다양한 소수자 정체성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의 기준으로는 맥코이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에 속하므로 멸망 방식의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이 같은 절대자의 황당한 선언 앞에서 허둥지둥하던 맥코이는 멸망의 시간을 유예하는 대신 그가 자신의 옆에 머무르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맥코이는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절대자라는 재앙을 떠안은 채 그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문자 그대로 재앙이라는 뜻의 『CALAMITY!!』는 주술사와 신이 함께 지내며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신에게 자신의 집에 눌러앉을 거면 집세를 내라고 거침없이 종용하거나, 스스로를 오컬트로 분류하는 신의 존재 등 캐릭터 간 티키타카와 깨알 같은 유머가 돋보이는 한편으론 역사적 사건과 맞물린 오랜 저주의 근원을 마주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때론 진중하고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 중첩된 소수자성으로 세상에서 불합리한 일을 수없이 당해 왔으면서도 세상의 멸망을 원하지 않는 맥코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윈저에게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기에, 이들의 동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만 같다. 책임감 있고 유능한 주술사인 맥코이의 전사가 전부 풀리지 않은 데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함께 어떤 사건들이 이들 앞에 펼쳐질지 앞으로의 이야기도 무척 기대된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