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철길에 얽힌 내밀한 엄마의 과거사와 마주하게 된 딸의 이야기를 다룬 「폐선로의 명숙 씨」를 망설임 없이 이번 주 베스트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실재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충격적인 가정사를 파헤치는 단단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일상에 파묻혀 묵묵히 살았던 한 여성이 자리하고 있다. 엄마라서, 아내라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냈던 지난한 세월의 더께를 사려 깊게 풀어내는 이 작품은 작년도 출판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단편집으로 한데 출간 예정이기도 하다.
폐선로의 명숙 씨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누구도 묻지 않았던 엄마의 과거를 추적하는 딸의 이야기
2017년 10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오래된 기찻길에 묻혀버린 진실, 그 경계에 선 모녀의 가슴 시린 이야기
간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는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마지막 당부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살아생전 통금 시간까지 정해가며 엄마와 자신을 지독하게 옭아맸던 그의 부재를 대신해, ‘강이’는 도망치듯 올라왔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엄마가 있는 부산 고향 집으로 내려온다. 그렇게 한가로이 지내던 어느 날, 강이는 기찻길에서 뱀에 쫓기는 지독한 악몽을 꿨다며 경악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엄마의 낯선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생전 처음 마주한 날카로운 목소리, 사투리가 아닌 말씨, 강렬한 혐오와 분노의 눈길… 자신을 낯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 엄마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폐선로의 명숙 씨」는 실제로 지금은 운행이 중단된 동해남부선의 폐선 철길 구간을 배경으로 지극히 평범했던 엄마의 내밀한 과거를 다룬다. 청사포 해안에 간첩선이 나타났던 1985년과 복선화 사업으로 폐쇄된 철길이 열리던 2014년의 시간을 사이에 둔 채, 그녀를 기만하고 침범했던 것의 정체를 추적하며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간다.
실제 공간과 시대적 배경을 덧붙여 생동감 넘치는 일상 미스터리의 외피를 껴입은 이야기는, ‘엄마’와 ‘명숙 씨’라는 호칭의 간격에 담긴 한 여성의 굴곡진 인생사를 눈물겹게 담아내며 기억과 관계의 이중성을 절묘하게 파고든다. 폐쇄와 복선을 반복한 철길을 무대로, 작은 설정들까지 솜씨 좋게 버무려 낸 작가의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