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벌레

  • 장르: 호러, 역사
  • 평점×25 | 분량: 122매
  • 소개: 정석적인 러브크래프트 호러(를 지향함) 더보기

2024년 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숲속에서 벌어진 광란의 일을 증언하는 한 신부의 변론

신부는 고아원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따금 숲속에서 비버 사냥을 하며 지내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부족들이 비버 사냥을 거부하는 일이 생긴다. 그들은 사냥을 중단하는 별다른 이유를 말하지도 않은 채 그저 두려운 기색뿐이었는데, 어쨌든 신부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사라져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날도 사냥을 마치고 친구들과 휴식하던 중이었는데, 군인들이 마을 주변에 새로 출현한 기괴한 부족에 대한 소식을 알려 온다. 그들은 같은 인디언이 보기에도 매우 괴상한 풍습과 의식이 있으며, 엄청나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다른 부족들을 정복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런 자들을 통솔하는 것이 백인 신부인 것 같다는 추측도 함께 전한다. 비버 사냥 금지가 선포되자 숲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던 신부 역시 고아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자 죽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던 신부 또한 이 괴상한 부족에 맞서는 마을 사람들의 토벌대 행렬에 참가해 북쪽으로 떠나게 된다. 결코 가서는 안 됐을 그곳을 향해.

「백색벌레」는 모종의 사건으로 교수형을 선고받게 된 한 신부가 자신이 숲에서 겪은 초현실적인 일들에 대해 법정 증언하는 과정을 통해, 점차 고조되는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전이시키는 작품이다. 정신적으로 매우 취약해진 상태임을 호소하는 화자의 증언에는 서사의 개연성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해 줄 근거도 없다. 그 무엇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련의 경험을 간절하게 호소하는 동안 그저 자신의 이성을 짓누른 저항불능의 존재를 추상화할 뿐이다. 이 작품에는 종교적 제의, 서구식으로 제본된 책, 바다와 같이 몇 가지 인상적인 키워드가 등장한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변주가 돋보이는 코스믹호러 단편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