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웅덩이는 바다처럼 느껴지는 기이한 공간과 이어져 있고, 그곳을 통해 사람이 사라지곤 한다. 비가 올 때마다 웅덩이에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는 평탄화 작업이 수시로 진행되지만, 가끔은 물을 받아 둔 싱크대나 욕조 등에서도 촉수가 튀어나와 사람을 끌고 들어가는 일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이렇게 웅덩이로 빨려 들어간 사람들을 구조하는 민간업체 소속의 특수잠수사인 해랑은 어느 날 세면대 옆에 놓아둔 물컵에서 뭔가가 꿀렁꿀렁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그것은 슬라임처럼 흐물거리며 부엌으로 가더니 이윽고 식탁 앞에서 생고기를 우물거리며 먹는 청년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지독한 바다 냄새를 풍기며, 심해처럼 깊고 까만 눈동자를 지닌 청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웅덩이 속 인어」는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세계를 배경으로, 우연히 마주한 정체불명의 존재를 통해 새롭게 연결된 관계와 감정을 탐구해 나가는 이야기다. 바다와 연결된 웅덩이가 있다는 설정이나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시도인 동시에, 외주 하청노동의 폐해와 기후변화, 민간에 지나치게 많은 책임을 떠맡긴 사회구조 등 여러 문제들을 고찰하게 한다. 해랑과 마찬가지로 잠수사로 일했던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에 비로소 가닿게 된 결말까지 읽고 나면, 구조적으로 잘 정리된 깔끔한 여운까지 느낄 수 있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