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자 비율이 인구의 80%를 돌파하고 대부분이 기본소득으로 살아가는 근미래에도 서른을 앞둔 비혼 독신 여성에게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 얘기는 빠지지 않는 ‘고나리’ 퍼레이드다. 거기다 뉴스에서 봤다며 기계성애 운운하는 부모님의 잔소리까지 쳐내는 와중에, ‘나’는 자취 기념으로 부모님께 물려받은 가정용 안드로이드 ‘조이스’의 처지를 보고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조이스는 얼마 전 함께 외출했을 때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철근으로부터 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다리가 절단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조이스는 출시된 지 너무 오래된 모델인 데다 제조사도 망해 버려서 사실상 A/S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어째서 망가진 안드로이드를 폐기하지 못하고 있는지 혼란을 느낄 따름이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나는 인근 교회에서 열린 기계성애 치료 모임에 참석해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데…….
「사람의 색깔」은 고전적 주제의 변형을 통해 자신의 가정용 안드로이드에 정을 붙이게 된 화자의 에피소드를 다룬 SF 소품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전제로 한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 없이 익숙하지만, 기계에 감정을 투영시켜 몰입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묘사와 상황에서 포착되는 소소한 재미와 여운이 있다. 그리고 끝내 모종의 결정을 내리게 된 조이스의 선택과 행동은 과연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일 뿐이었을까? 짧게 마무리된 마지막 결말에 대한 판단은 각 독자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