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한쪽 이어폰을 잃어버린 나는 다음 날 아침부터 갑자기 눈에 극심한 가려움증을 느낀다. 눈동자의 실핏줄이 터질 듯 잔뜩 부풀어 올라 시뻘겋게 충혈되며 피눈물까지 흘러내릴 정도였는데, 가려움과 출혈이 심해지면서 손톱을 눈꺼풀 안쪽으로 깊숙이 밀어 넣어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마침 학교 수업 종강으로 더 이상 밖에 나갈 일도 없던 나는 여느 때의 습관처럼 인터넷 뉴스를 보고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두문불출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눈에서 가는 실 같은 형체가 반짝이며 앞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의문의 벌레가 초인적 집념을 가진 이의 안구에 기생하며 자라난다는 코스믹호러적인 발상을 현실에 절묘하게 투사한 단편 「끈벌레」를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비문증에서 비롯된 미지의 존재인 끈벌레를 매개로 여성 혐오와 이상동기 범죄의 현실을 고찰하는 작품으로, 한 존재의 그릇된 욕망과 폭발적으로 결합되면서 그 실체가 형상화되는 과정의 진득한 공포와 파국적 묘사가 인상적이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