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지

  • 장르: 호러, 역사 | 태그: #좀비 #일제강점기 #조선
  • 평점×69 | 분량: 117매
  • 소개: 일제강점기 어느 작은 어촌 마을, 먼 바다에 본 적 없이 거대한 난파선이 나타난다. ‘너’는 그 뱃전을 온통 뒤덮은 검붉은 녹물이 불길하기만 하다. 더보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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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은 자유와 함께 온다.

독특한 2인칭 서술과 섬세하면서도 건조한 문장이 돋보이는 제9회 ZA 공모전 우수작. 임신부인 ‘너’는 불행한 결혼생활과 혹독한 시댁살이를 견뎌내고 있다. 게다가 일제의 수탈이 머지 않은 시대의 상황까지, 아무리 보아도 ‘너’에게 친절한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바다에서 파멸이 건너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너’를 속박하는, ‘너’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죽이는 파멸이기도 하다.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해당 작품 고유의 아름다움과 재미가 있는 소설.

2023년 8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파도에 밀려오는 배, 그 위에 탄 멸망.

멸치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느 마을. 일제강점기, 왜인들이 현대화된 배로 멸치를 쓸어가고 있는 턱에 암울한 분위기가 서려 있는 이 마을에서도 ‘너’는 가장 보잘것없는 여자다. 기억을 잃고 바다에서 떠밀려 온 뒤, 자신을 거둔 집의 아들과 결혼했으나 아내라기보다는 천덕꾸러기 종년과 다름없는 신세. 임신한 뒤에도 제대로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그물에서 멸치 떼는 손이 느려졌다고 타박을 듣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저기 멀리서 을씨년스러운 배 하나가 다가온다. 검붉은 녹물에 온통 뒤덮인.

2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적어 내린 좀비 아포칼립스 글. 어두운 어촌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고요한 문체 덕분에 크게 박진감 넘치는 서술을 이어가지 않아도 오히려 화자의 절박함과 비통함이 절절하게 드러난다. 좀비물 특유의 스산하고 불안한 묘사 역시 강점으로, 동양풍 좀비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귀중한 단편이다. ‘너’가 어디에서 왔는지, 좀비의 시발점과 해결책이 무엇인지 작중에서 채 설명되지 않은 미스터리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