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면을 밟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땅 밑은 어쩌면 바닷속보다도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영역일지도 모른다. 카메라 화면에 담기기에는 덜 매력적이어서일까, 바다 생물이나 탐사 현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보도는 종종 제법 있어 왔지만 지하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매체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그저 어두컴컴하고 폐소공포를 자극하는 영역이라는 인상이 강할 뿐이다. 「파라소찰」은 지진으로 갈라진 지반 아래로 수백 미터를 내려가던 동굴 탐험가와 10만 년을 넘게 산 군체 생물의 경이적인 만남을 그린다. 환상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미지와의 조우’를 한번 직접 살펴보시길.
파라소찰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땅에 묻힌 문명은 무엇이 될까?
2023년 1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10만 년이란 기나긴 단절 끝에 알게 된 열망의 정체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난 후 우연한 계기로 동굴 탐사에 흥미를 느끼고 빠져든 에스터는 20년이 지나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된다. 50대의 탐험가가 이번에 다다른 곳은 지진이 일어나서 드러난 지하의 수정동굴. 신소재 보호복과 산소 마스크, 최소한의 장비를 갖춘 채 지반으로부터 300미터 아래 미지의 세계로 내려가던 에스터는 누구도 본 적 없는 거대한 생물과 마주한다.
이 단편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가 흔히 잊고 지내는 영역, 지표 아래의 생태계를 무대로 한다. 동굴 탐험가의 시선으로 폐소공포에 빠질 법한 땅속 세계의 풍경을 따라 가다 보면 곧 작은 군체로 이루어진 ‘파라소찰’의 의식으로 시점이 전환되는데, 뒤이어 밝혀지는 이 생명체의 기원 역시 자못 놀랍고 설득력 있다. 환상적인 묘사와 인류사를 함축한 활자 아트가 어우러진 후반부는 섬뜩하면서도 경이적이다. 파라소찰의 꿈을 한번 함께 꿔 보시길.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