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집요하고 세심한 상상력의 능청스러운 보고

전통적인 마녀학에 대한 이론 개관부터 현대의 마녀들이 어떤 문화를 향유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연구하는 ‘현대 마녀학’ 개론서의 집필 과정을 독특한 콘셉트로 펼쳐 보이는 연재작 『현대 마녀학 입문』을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본 연재작의 제목 자체가 작중 저자가 집필하고 있는 개론서와 동일하기에, 작중 원고의 목차 자체가 곧 연재의 구성이 되는 메타픽션의 형식을 통해 드러나는 의도와 설계가 뚜렷한 작품이다. 작중 ‘현대 마녀학 입문’의 저자인 류샤는 대학에서 마법학과 관련된 연구 이력과 실적을 인정받아 마법진과 마력 관련 세부 전공을 종용받지만, 마녀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 하나로 저서 ‘현대 마녀학 입문’ 집필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학생이다. 한편, 한국인으로서 서울마녀영재학교를 졸업한 소피는 류샤의 원고를 번역하는 동시에 저술 내용의 오류를 짚어 주는, 상냥하지만 어딘가 좀 무서운 마녀다. 류샤가 집필하는 ‘현대 마녀학 입문’ 개론서 내용과 더불어 이 콤비를 필두로 이들이 다니는 학교 안팎의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교양서적이 제공하는 다양한 층위의 정보와 더불어 학생이자 생활인들의 유쾌한 일화들이 번갈아 나오면서 적절하게 안배된 균형감을 느낄 수 있다.

우선 마녀에 대한 정의부터 마녀학에 대한 구분, 빗자루 비행술, 골렘학, 미지학, 약초학 같은 세부 학문뿐만 아니라 마녀 문화 전반에 이르는 세세한 분류와 정의까지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고도 구체적이다. 중간중간 류샤가 일탈적 활동으로 쓴 수필이나 일기, 빗자루 비행 면허 안전 교육 자료 같은 매뉴얼, 포션 레시피 등도 섞여 있어 참신한 재미를 더하는데, 뿐만 아니라 한국을 무대로 하는 특성상 곳곳에서 K-패치된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역시 유쾌한 포인트 중 하나다. 북한이 동쪽으로 마법을 투하해서 울리는 사이렌에도 무딘 한국인들의 모습이라든지, 집값이 오른다며 재개발을 좋아하는 도시 곳곳의 정령들이라든지 아무래도 한국인이라면 씁쓸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을 만한 대목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여러 레퍼런스를 차용하면서도 고유의 개성으로 방대한 서사를 쌓아 나가는 『현대 마녀학 입문』은 다소 장황하긴 하지만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세계관과 가설을 제시하며, 실험적인 작법 스타일을 다채롭게 시도하는 작품이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