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좀비와 마주친 나는 주말 사이에 사람들이 좀비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란다. 부모님이 걱정되어 단숨에 집으로 향하지만, 멀쩡한 건 집뿐으로 부모님은 좀비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동네 재개발 수주를 따지 못하고 경쟁사에 뺏긴 일을 트집 잡아 부모님과 따로 살던 것을 후회하며, 두 분을 방에 가둔 채 회사에 출근하지도 못하고 구조대만 기다린다. 이후 우연히 생존자 한 명과 만나지만 첫 만남은 마지막이 되고, 1년이 다 되도록 구조대가 오지 않자 홀로 남은 나는 극적으로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나선다.
제1회 ZA 문학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섬」은 아파트에 고립되어 좀비 바이러스로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이의 일상을 짤막한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본격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ZA 소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군인이 아닌 일반인의 시점에서 풀어내 더 익숙하고 현장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또 현대 도심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표상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연출된 고립된 상황은 현실에서 각박한 삶을 살아 내려는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트 있는 서술과 흡인력 있는 전개로 멋진 피날레까지 단숨에 읽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