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앞으로 만들 작품을 ‘미리’ 표절하는 일은 가능할까? 특정한 화풍, 혹은 문체 등을 악의적으로 따라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그 사람이 쓸 법한 소설을 예측해서 그것을 미리 쓰는 행위’의 수준으로 넘어간다면 아마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이다. 결국 자기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는 없지 않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쨌거나 원작자가 그것을 쓴 적은 없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 원작의 유시열에서는 원작자가 직접 그래서 안 된다고 나섰다. 주리리는 유시열을 비난한다. ‘앞으로 만들 음악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시열은 주리리의 음악을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것.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한 결말은 어떻게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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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가 되고 싶었던 또 다른 모차르트
2023년 3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혁명전야의 야상곡〉
주리리는 국민 작곡가, 유시열의 앞을 가로막고 괴상한 주장을 펼친다. 바로 자신이 ‘만들’ 음악을 유시열이 표절했다는 것. 아니, 만든 음악도 아니고 만들 음악을 표절했다는 것이 무슨 소리지? 분명히 발매 일자는 유시열의 노래가 2달 정도 앞서 있다. 그러나 주리리는 ‘발표 시점보다는 영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원래 자신이 유시열에게 영향을 끼쳐야 했을 음악인데 유시열이 새치기했다는 것. 이게 무슨 궤변이람? 유시열은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주리리의 음악을 듣고, 그만 깜짝 놀란다. 본인이 의도했지만 그렇게 완성하지 못했던 음악, 표절이라고도 하고픈, 완벽한 이상향의 음악이었던 것이다! 결국 유시열은 주리리의 음악을 흉내 내기에 이르르는데…….
「원작의 유시열」에서는 황당무계하지만 이보다도 더 논리적일 수 없는 설정의 이야기가 호쾌하게 펼쳐진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헛소리인지 의아해하지만, 종래에는 등장인물(과 작가)의 말솜씨에 휩쓸려 어느덧 고개를 주억이며 동조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큰 컨셉으로 가지고 와서, 약간의 호러감과 스릴을 더한 뒤 마지막에 인공 지능까지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시의 적절한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이야기를 미래와 기술에 대유한 SF다운 통찰력이 일품이다. 재미와 완성도, 주제의식까지 삼 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독특하고 유쾌한 단편, 「원작의 유시열」을 꼭 읽어 보시길!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