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갑작스레 종료되면서 퇴사를 하게 된 직후 도망치듯 일본으로 여행을 온 참이었다. 어지러운 현실을 외면하고자 충동에 자신을 내맡겼지만, 낯선 곳에서 비를 맞으며 헤매고 있는 이 상황마저 자신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만 같다. 그런 와중에도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 전 직장 동료에게서 들었던 ‘버그 신전, 또 만드셔야죠.’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머리에 맴돌기만 한다. 애써 잡생각을 훑으며 예약지를 찾아가던 남자는 호수 변에서 한 귀신의 형체를 목격하는데…….
일본의 한 회사에서 말레이시아인 프로그래머가 버그로 고생하다가 완충재에 본드를 붙여 ‘디버그 신사’라는 허술한 조형물을 만들었는데, 이후 놀랍게도 버그가 모두 사라졌다는 실제 일화를 아시는지? 「버그 신전」은 바로 이 ‘인터넷썰’을 바탕으로 한 오피스 일화를 다루는 작품으로, 앞날이 불투명해진 회사의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과 바람을 담은 남자의 감정 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진다. 결국 버그도 못 잡고, 퇴사도 하게 됐지만, 새로이 피어나는 아기자기한 로맨스는 덤으로 만나 볼 수 있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