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매력은 줄거리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19금까지는 아니지만, 담백하리만치 담담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분명히 ‘거기’와 ‘그 일’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거기 말이다, 거기. (으악!) 하필이면 때려도 거길 때려, 하는 류의 표현이 어울리는 바로 거기. 한 여자의 다섯 번에 걸친 이별 스토리를 순서대로 묘사했던 유사 제목의 노래 「무기여 잘 있거라」처럼, 이 이야기는 한 남자의 연애(랄지, 글쎄, 연애라고 쓰고 ‘그 일’이라고 읽자)에 관한 역사를 순서대로 노래하고 있다.
한편 이 희극적인 비극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실로 경쾌하여, 독창적인 상상력은 유쾌한 필체를 만나 속사포처럼 결말까지 달려간다. 남자를 ‘무기’에 빗댄 부분은 박상민의 노래와 비슷하다면 비슷하지만, 이야기가 결말에 이르면 그것이 진정 무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과 잘 ‘가거라’라는 표현이 이 이야기에는 더욱 어울린다는 것을 누구라도 느낄 것이다.
한편 만약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를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긴가민가하면서도 그의 이야기를 믿게 될까, 아니면 이렇게 정성스러운 이야기를 지어내 가며 날 거절해 주는 성의를 봐서 조금이라도 덜 미워지기라도 할까.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그저 한 남자의 밤일 연대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야기는 전혀 지루할 틈이 없고, 자칫 더티 토크에 그칠 수 있었던 주제는 남자의 순정 덕분에 사랑스러운 결말로 승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무기여, 잘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