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나 요정 같은 존재가 떠오를 법한 얼굴을 지닌 수사 바오로는 외모 외에 특출난 점이 없고 실수가 잦은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낯선 이가 한쪽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반대쪽은 거울 역할을 하는 청동 곡경(曲鏡)을 두고 간다. 시일이 얼마 흐르자 바오로의 방에 놓인 곡경의 그림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그 대신 한 얼굴이 나타나 그에게 말을 걸어 오기 시작한다. 내심 아닌 것을 알면서도 바오로가 그 얼굴을 신으로 섬기듯 행동하는 사이, 수도원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는데.
「바오로의 허물」은 출중한 외모를 지녔지만 어수룩한 수사가 악마적인 힘이 깃든 거울을 습득하며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과 변신을 그린다. 수상한 물건, 미심쩍은 목소리, 공포 장르의 등장인물이라면 일찌감치 피하는 게 목숨을 부지하는 길이겠지만, 폐쇄적인 수도원이란 환경 속에서 오로지 신과의 교감을 목표로 살아 온 수사는 특별한 존재가 된 기분에 휩싸여 어쩔 수 없이 꼬임에 넘어가고 만다. 다소 모호하고 불친절한 부분이 있으나 점차 고조되어 가는 스산한 분위기와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