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의 마녀」는 인공 지능 위성들의 관계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빗대어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름이 모든 운명을 결정짓고 만 세계이기도 한데, 만약 ‘불길하지 않은 이름’을 썼더라면, 혹은 그 이름이 ‘가장 목적의식에 집착하는 AI’가 아닌 다른 AI에게 갔더라면 지구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아르고 호, 그리고 메데이아의 복수라는 메타포는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주는 섬뜩한 여운은 가시지 않는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 밑에 생명체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 역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클리셰와 클리셰의 조합은 상상도 못한 재미를 낳기 마련이다. 기발하고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SF 공포 스릴러, 겨울에도 괜찮지만 이토록 무더운 여름에 그야말로 제격이다.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저주받을 그 이름
2023년 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의심 없이 수행하거라…….’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찾는 임무를 수행 중인 AI, 메데이아. 최첨단 AI인 메데이아는 자신이 직접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갖추었고, 이러한 AI들은 메데이아뿐만이 아니다. 아르고 호에 있는 AI는 메데이아를 포함하여 총 48개, 이들에게 맡겨진 임무는 각각 다르지만 모두 자신의 임무에 열심이라는 사실만큼은 동일하다. 극단적인 유로파의 환경 속에서 온갖 피해를 입어가면서도 메데이아는 지루한 굴착 작업을 시행한다. 그러나 메데이아에게 가해지는 진짜 위험은 다른 것에 있는데…….
최첨단 AI들의 통신 기록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관계를 접합하였다. 한 줄의 묘사도 없이 시종일관 통신 기록으로만 진행되는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로 메데이아를 응원하게 만들 정도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는 메데이아가 왜 ‘사랑에 눈이 멀었으나’, ‘끔찍한 질투와 복수의 화신’이 되었는지를 납득시켜 낸다. 그야말로 SF와 신화의 짜릿하고 완벽한 결합이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