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는 우울증에도 간신히 버티며 8년 동안 다닌 직장을 때려치우고 잠깐의 휴지기를 갖는 중이다. 강아지와 산책하거나 서점에 들르고,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나날이 이어지지만, 그런 평화로운 일상도 가나를 ‘죽지 못해 사는 기분’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어느 날 산책을 하던 가나는 문득 생각난 뒷산 숲속의 우물로 찾아가 충동적으로 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어둠을 목격한다. 이윽고 몽롱한 채로 집에 돌아와 잠든 가나의 꿈속에, 과거 깊은 인상을 남겼으나 한동안 잊고 지냈던 죽은 소년이 ‘돌아왔어’란 말과 함께 나타나는데.
무기력한 주인공은 ‘원래 에너지가 많으나 지금은 힘이 소진되었다’라는 진단을 받지만, 그런 말이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하다고 생각한다. 원인이 피로나 번아웃보다는, 사람을 공포에 빠뜨리기보다는 아연실색하게 하는 검디검은 허무의 덩어리에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현실적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게 무엇이지?’라는 의문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그런 주인공의 앞에 열여섯 살 무렵의 동급생, 더구나 살인과 자살이라는 사건에 연루된 ‘위험한’ 미소년이 좀 더 성숙한 형태를 하고 나타난다. 섬뜩할 만한 상황이지만 수다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주인공의 정신적 폭주(?)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위태위태한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공포와 쾌감이 섞인 이 복잡한 기분, 함께 느껴 보시는 것은 어떨지?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