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갈라테이아는 가슴털이 있다

2022년 1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아저씨캐릭터도예쁜데초보자괴롭히지마요」

한 RPG 게임에서 캐릭터를 만들자마자 신화 위업을 달성한 전설의 캐릭터 ‘국밥두봉철’. 그가 달성한 업적은 다름 아닌 피그말리온이다. 갈라테이아를 만들던 피그말리온의 열정으로 무려 300시간 동안 공들여서 한 땀 한 땀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한 그가 선택한 직업은 가슴털이 부숭부수한 험악하게 생긴 떡대 남성 캐릭터인 ‘액스마스터’. 가슴털에 하나하나 색을 집어 넣은, 그야말로 정성의 극치지만 확실히 보편적인 미의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국밥두봉철은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로, 신화 위업 보상으로 주어진 스킬을 들고 이 험난한 RPG 게임을 헤쳐 나간다!

게임을 막론하고 남캐 룩덕러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설움이 있다. 「KJ님제가생각을해봤는데요 여기남캐옷개구려요 여캐유저만유저인줄아나 저는액스마스터자나요맨날옷거지갓이내줘요올해수영복은좀웃기기라도했지근데웃기는것도한두번이지맨날그렇게내면짜증나요」 국밥두봉철의 대사는 그야말로 RPG든, AOS든, 남캐를 주캐로 잡았는데 예쁜 옷에도 욕심을 내는 사람들의 채팅창에서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말이다. 똑같이 돈 주고 키트 까고, 시간 들여 던전 뚫어 놨는데 옆의 여캐 유저는 화려하고 예쁜 옷 입고 남캐 유저는 핏도 애매하고 체인이니 털이니 00년도에서 회귀한 듯한 장신구를 단 데다가 핏도 요상한 옷을 창고에 박아둘 뿐이다. 굳이 룩덕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람을 게임 지인으로 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읽어야만 하는, 소설, 아니, 어쩌면 하이퍼-리얼리즘 에세이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